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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콘솔을 보다가 이상한 숫자를 하나 발견했다. '맞춤형 소프트웨어 시제품 제작' 같은 시제품 계열 검색어에서 우리 사이트가 석 달 내내 평균 1위였는데, 클릭은 0이었다. 노출은 합쳐서 백 번이 넘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걸리는 페이지가 서비스 소개 페이지라서 그렇다고 봤다. 사람들이 알고 싶은 건 "MVP 외주 개발을 맡길 때 1차 개발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나"인데, 그 답을 서비스 소개 페이지가 줄 리 없다. 그래서 상담할 때마다 하는 얘기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



■ 문의 여덟 건에서 반복된 패턴

먼저 최근 반년 문의를 다시 읽었다. MVP나 1차 개발과 관련된 상담이 여덟 건이었고 다섯 건이 최근 두 달에 몰려 있었다. 패턴은 둘로 갈렸다.

하나는 예산은 작은데 기능 목록은 완제품인 경우다. 설치형 웹앱에 관리자 페이지, 외부 API 연동, AI 챗봇, 클라우드 배포까지 적어 놓고 1차 개발이라고 부른 문의가 있었다. 저 목록은 내 기준으로 1차가 아니라 3차쯤 된다.

다른 하나는 다른 곳에서 만들다 멈춘 걸 이어받아 달라는 경우다. 여덟 건 중 세 건이었다. 1인 개발자와 하다가 사정이 생겨 멈춘 앱, 몇 년 전 시범 운영하고 방치된 사이트. 이 문의들이 어려운 이유는 코드가 없어서가 아니다. 무엇을 만들기로 했고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적힌 문서가 없어서다.

■ 상담에서 기능 목록을 자르는 내 순서

기능 목록을 받으면 나는 이 순서로 자른다. 순서가 중요하다.

1. 가설을 한 문장으로 쓰게 한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우리 서비스로 무엇을 한다"를 한 줄로. 이게 안 나오면 범위 얘기는 시작도 못 한다.
2. 그 한 문장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화면 흐름 하나만 남긴다. 가입, 핵심 행동, 결과 확인. 두 번째 경로는 전부 뒤로 보낸다.
3. 기반 기능은 최소형으로만 넣는다. 로그인, 기본 관리자, 백업. 권한 세분화나 통계는 나중이다.
4. 결제는 가설이 "돈을 낼까"일 때만 넣는다. "쓸까"가 가설이면 사전 신청으로 대신한다.
5. 뒤로 보낸 기능을 문서에 '이번엔 안 함' 목록으로 남긴다. 이 목록이 2차 견적의 출발점이 된다.
6. 설계는 뒤로 보낸 기능까지 보고 잡는다. 기능은 미루고 구조는 미루지 않는다.

상담 메모에 쓰는 틀은 이 정도다.

    가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우리 서비스로 무엇을 한다]
    1단계 흐름: 가입 → 핵심 행동 → 결과 확인
    1단계 기반: 로그인 / 기본 관리자 / 백업
    이번엔 안 함: (기능명, 미루는 이유, 예상 단계)
    설계에 미리 반영: (2단계 기능이 요구하는 데이터 구조)



이 방식이 새로운 건 아니다. 애자일에서 쓰는 MoSCoW 우선순위와 같다. 꼭 있어야 하는 것, 있어야 하지만 없어도 돌아가는 것, 있으면 좋은 것, 이번엔 안 하기로 적어 둔 것. Agile Business Consortium 자료를 보면 꼭 있어야 하는 것에 들어가는 노력이 전체의 60%를 넘지 않게 하라고 권한다. 상담에서 이 비율을 넘기는 목록은 거의 전부 '전부 다 있어야 한다'는 목록이었다. 60%를 넘으면 그건 MVP가 아니라 완제품 견적이다.

■ 기간과 비용은 대략 이만큼 벌어진다

금액을 숫자로 적지는 않겠다. 범위마다 다르고, 숫자 하나가 상담 전에 기대치를 고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배율로만 말하면, 핵심 기능만 담은 웹앱 1단계는 한두 달, 회원과 결제가 있는 플랫폼 1단계는 두세 달이 우리 기준이고, 처음부터 전부 넣는 개발은 반년을 넘긴다. 기간이 두세 배면 비용은 두 배 이상 벌어진다. 그리고 다 만든 뒤에 방향이 틀렸다는 걸 알면 그 차이만큼을 그대로 잃는다.



■ 이어받기 문의를 겪고 나서 계약서에 넣게 된 것

이어받기 문의 세 건을 겪고 나서 1단계 계약 때 챙기는 항목이 생겼다. 요구사항 정의서에 포함과 미포함을 한 줄씩 적는 것, 소스코드와 함께 DB 설계서와 API 명세서를 납품 항목에 넣는 것, 도메인과 서버와 코드 저장소를 발주자 명의로 두는 것, 중간 데모와 검수 기록을 남기는 것, 범위를 넘는 변경은 일정과 비용을 먼저 합의하는 것. 다섯 가지다. 이게 있으면 우리가 아니라 다른 업체가 이어받아도 2단계를 시작할 수 있다. 그게 발주자한테 이롭고, 길게 보면 우리한테도 이롭다.

1단계와 2단계를 나누는 표, 기간과 비용 비교표, 이어받기 조건 다섯 가지를 표와 함께 정리한 풀버전은 웹셀러 인사이트(https://webseller.co.kr/)에 올려 뒀다. 서치콘솔의 그 클릭 0이 바뀌는지는 두어 달 뒤에 다시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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